‘위안부’ 다큐영화 ‘주전장’, 전 세계의 관심과 함께 얻은 핍박과 소송

'주전장' 포스터

‘주전장’ 포스터 (사진=감독 미키 데자키 제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작한 한 대학원생의 프로젝트가 일본과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어 고소를 당할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핍박을 받게 되었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일본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2018년도에 개봉하였다. 2020년 2월 15일 캐나다에서 열린 빅토리아 국제 영화제(VIFF)에서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데자키 감독은 “이 작품은 현재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보여준다”라는 작품 설명과 함께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지우려고 많은 시간과 애를 쓰는지 알고 싶었다”며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일본제국육군에 점령당한 10개 이상의 동양국가에서 약 20만명의 여성들성노예로 끌려갔다. 일본군 당국은 이 여성들을 ‘위안부'라고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말부터 이 문제는 끊임없이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주전장'의 캐나다 시사회 후원자인 이수진 빅토리아 대학교 태평양 아시아학 조교수는 VIFF에서 Global Voices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문제는 주로 1990년대부터 이어온 한국과 중국 간의 소위 ‘역사전쟁‘의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조교수는 “‘주전장'은 ‘위안부’ 문제의 역사에 대한 양 측의 의견을 편견이나 편향없이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자키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으로 영어교육을 통한 외국청년유치사업인 JET 프로그램(The Japan Exchange and Teaching Programme)을 통해 정부 후원을 받아 일본에 거주하였다.

데자키 감독은 JET프로그램 중에 ‘Medama Sensei‘라는 유투브 채널을 만들어 일본 내 사회문제를 영상으로 담아내었다. 그의 영상 중 일본의 인종차별을 다룬 2부작 영상이 유명해지자 그는 일본의 극우세력들의 공격대상이 되었다.

미키 데자키 감독(우), 이수진 교수 (좌)

2020년 2월 15일 개최된 빅토리아 국제 영화제에서 ‘주전장’이 상영된 후 관객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고 있는 미키 데자키 감독. 좌측에 서있는 이수진 빅토리아 대학교 조교수. (사진=네빈 톰슨 제공)

데자키 감독은 “극우 네티즌들은 온라인 상에서 나를 비난하고 협박한다. 내가 나온 학교에까지 연락해서 나를 찾더라”고 그가 겪어야 했던 공격을 얘기했다.

일본을 떠난 데자키 감독은 태국 수도원에서 일 년 간 수도생활을 하고는 투병 중인 부모를 돌보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로 귀국했다. 이후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 그는 도쿄에 있는 소피아 대학교에서 국제관계대학원에 진학하였다.

유투브를 통해 영상 제작 기술을 연습한 데자키 감독은 그의 대학원 과제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였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너무 다르다,”고 두 국가의 대립하는 관점을 제기하며 “작품을 통해 문제에 대한 심층깊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양국의 서로를 향한 증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작품 제작 의도를 밝혔다.

‘주전장'은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위안부 여성 당사자의 증언보다는 해당 문제에 대해 대립하는 역사적 서사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데자키 감독의 대학원 과제로 탄생된 다큐멘터리 ‘주전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나 역사학자들의 인터뷰들을 폭넓게 담아 객관성과 종합성을 지니고 있다.

‘주전장'은 사실적 해설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 강행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수정주의자들의 주장들을 병치하여 정보와 견해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데자키 감독은 “한국인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듣는 것이 이제는 지쳐있고, 일본인들은 위안부 여성들의 증언은 애초에 믿지 않는다”며 해당 문제의 나아가기 힘든 현 상태를 제기했다.

해당 작품에는 소위 수정주의자인 외교평론가 카세 히데야키,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 그리고 미디어에 유창한 일본어 구사로 유명해진 미국 변호사 켄트 길버트가 출연했으며 이들은 모두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인사이다.

'주전장' 영문 포스터

‘주전장’ 포스터 (사진=감독 미키 데자키 제공)

데자키 감독은 “그 분들의 강연이나 토론회에 찾아가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를 소개하고 작품에 출연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렵지 않게 요청에 응해주었다”고 그들의 캐스팅 일화를 전했다.

‘주전장'은 동일한 요점을 반복함으로써 주장을 펼치는 수정주의자들과 맥락과 뉘앙스를 고려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역사학자와 인권운동가들을 함께 출연시킨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빅토리아 대학교 이수진 조교수는 “이러한 접근은 관객이 ‘위안부’ 문제의 중점을 종합적으로 인지함과 동시에 각자가 개인의 견해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도록 도와준다”며 작품의 유용성을 밝혔다.

다큐멘터리가 개봉하자 수정주의자 일부는 작품의 결말에 불만을 가졌고 영화가 상업적이라며 비판했다고 데자키 감독은 밝혔다.

“그들의 의견은 작품에서 빠짐없이 실렸다. 단지 다른 의견과 함께 나왔을 뿐이다”고 데자키 감독은 설명했다.

데자키 감독은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촬영하기 전 출연 동의서에 사인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추후 불만 제기가 없도록 인터뷰 대본도 미리 보내주었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에 출연하였고 유창한 일본어 구사로 일본 TV매체에서 유명해진 미국 변호사 켄트 길버트는 그 출연 동의서가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길버트씨가 직접 서명했고, 그의 동의서는 사실 영어로 적혀있었다”고 데자키 감독은 해명했다.

결국 인터뷰에 응한 5명의 수정주의자들은 미키 데자키 감독과 ‘주전장’ 영화 배급사를 고소하였다. 데자키 감독은 이 소송이 일본 법률 제도에 허용된 공공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데자키 감독은 “(이 소송의 원고) 그들은 제가 속여서 출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했고, 동의서 내역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였다고 한다”며 고소인들의 입장을 밝혔고, “그들의 법정 증언은 혼란의 여지가 다분하고 시간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법원에서 벌써 세 번이나 불러 주장을 해명해야했기 때문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소송은 또한 데자키 감독의 작품 배급을 방해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이 소송 때문에 일본 가와사키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주전장’ 상영이 취소될 뻔했으나 다행히 유명한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중재로 상영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 소송을 이용해 ‘주전장'의 상영을 전 세계적으로 막으려 했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 영사관들은 이 작품이 학교에서 상영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일본 정부 차원의 작품 상영 방해 행위를 밝히면서 실제로 프랑스 리옹, 독일 함부르크,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일본 영사관들은 지역 영화관에 ‘주전장'에 대해 주의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데자키 감독은 일본 내에서는 이 소송이 일부 표현의 자유를 저하시키긴 했으나 계략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진 못한다고 답했다.

데자키 감독은 “고소 당하는 건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다. 굳이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소송 과정이 힘든 경험이었음을 밝혔다.

심지어 작품에 출연한 인터뷰 대상자들 중 몇몇은 그가 졸업한 소피아 대학교에 학위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였다.

데자키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들이 제가 나온 소피아 대학교의 모든 교수진들에게 (작품을 비판하는) 자료 490개를 배포했다”며 그 심각성을 설명했고, “심지어는 소피아 대학교에 최근 방문한 로마 교황에게 작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고 밝혔다.

영화 배급의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최대한 많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노출하고 영화표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 데자키 감독은 전 세계를 다니며 각종 영화제에서 ‘주전장'을 상영하며 홍보하고 있다. 그는 현재 북미에서 배급사를 찾고 있다.

데자키 감독은 그의 작품에 대해 “‘주전장'은 반일 영화가 아니다”며 작품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조했고 “수정주의자들은 일본의 명예를 지키고 위상을 회복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의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며 작품 반대자들의 행동과 그 영향에 대해 말했다.

‘주전장’ 예고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 댓글 달기

Authors, please 로그인 »

가이드라인

  • 관리자가 모든 댓글을 리뷰합니다. 동일한 댓글 두 번 입력시 스팸으로 간주됩니다.
  • 타인을 배려하는 댓글을 남겨주세요. 외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인신 공격하는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