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되는 필리핀의 인권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고등학생들의 그림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퀘존시 바타산 힐스 국립 고등학교 (BHNHS)에 다니는 학생들로, 해당 지역은 고급주택에서 100미터만 가도 상상하기 조차 힘든 열악한 빈민가들이 몰려있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다.
특히 바타산 힐스 (Batasan Hills)에서는 경찰들의 무자비한 마약단속으로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약 1년 동안 108명이 사살됐다. 이는 같은 기간 퀘존시 (Quezon City)에서 발생한 전체 사망자 수의 39%를 차지하는 수치로 로드리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플란 토캉” (필리핀어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가장 심각한 유혈사태를 겪은 지역 중 한 곳임을 방증한다.
지난 2017년 12월 야당에서 발표한 정부의 마약 근절 정책에 대한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 이후 발생한 사망자 수는 2만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8년 4월 당국 (필리핀 경찰국과 필리핀 대통령실 공보부)은 이보다 훨씬 더 적은 4251명을 실 사망자수로 공식 발표함으로써 이를 부정했다.
하지만 갈수록 도를 넘는 정부의 초강경 마약단속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권력을 남용해 마약 용의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살해하고 있다.’는 비난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2018년 8월 28일에는 시닝 보코스 (Sining Bugkos)라는 한 인권운동 단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받아야 하는 청소년들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진보적, 인도주의적 문화 형성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190여명의 학생들이 이 행사에 참여해 문화, 권리, 평화를 테마로 시각예술, 연극, 음악, 시낭송, 사진, 춤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우가트라히예술가협회 (UGATLahi Artist Collective) 소속 활동가이자 워크숍 기획에 참여한 맥스 산티아고(Max Santiago)는 다음과 같이 학생들과 함께 한 행사 소감을 남겼다.
Aware ang kabataan sa mga nangyayari sa lipunan. Makikita sa mga larawan ang EJK, Charter change,digmaan at ang agwat sa pagitan ng mahirap at mayaman sa lipunan.
우리 청소년들도 무차별적인 살해, 불필요한 헌법개정, 전쟁 그리고 빈부격차 등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만 봐도 알 수 있죠.
우가트라히예술가협회 (UGATLahi Artist Collective)에서 공유한 학생들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