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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역사를 새로 쓴 투표장의 사우디 여성들, 더 많은 자유를 찾아 나서다.

Categories: 중동 북아프리카, 사우디 아라비아, 선거, 시민 미디어, 여성/ 젠더, 인권, 정치
사우디아라바이인 파우자 알 라시드 씨가 지방의회 선거 투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 @fawziaalrashid에 올린 사진.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사우디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됐다. [1]

사우디아라비아인 파우자 알 라시드 씨가 지방의회 선거 투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 @fawziaalrashid에 올린 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사우디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로 여성의 투표권과 후보 등록이 허용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 21명이 당선됐다. 공동 정원과 하수도, 쓰레기 수거 등의 지역 공공시설 관리에 책임이 있는 284개 시의회의 의석 2,100개를 두고 900여 명의 여성이 남성 후보자 6,000명과 경합을 벌였다. 또 다른 의원 1,050명이 임명될 예정으로, 많은 이들이 그중 여성이 나올 것을 점치고 있다.

여성 13만여 명이 유권자 등록을 하고 여성 978명이 후보자 등록을 한 이 역사적인 선거는 지난 12월 12일 토요일에 열렸다. 여성이 운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남성이 동행해야만 외출이 허락되는 매우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번 선거는 사우디 여성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유권자 등록이 된 여성은 총 13만여 명, 남성은 130만 명이었다. 투표율은 47%로 추산되었다.

한편, 후보 중 여성 운동가 2명은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주장하며 사회적으로 운동을 벌이다 체포된 루자인 알 하스룰 [2]과 시아파 인권 운동가 나시마 알 사다 [3]가 바로 그들이다.

트위터에서 알 하스룰은 왜 자신의 후보 자격이 박탈되었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다음과 같이 썼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저와 다른 이들은 패배했지만, 의원직에 당선된 남녀 후보들에 대해 기쁜 마음입니다. 당선자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를 보내며, 성공을 기원합니다.

후보 자격이 박탈된 알 사다는 다른 여성들에게도 목소리를 높이라고 독려하며 투표권을 행사했다.

여성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순간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자신의 투표할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녀는 또한 사우디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웠다.

선거라는 것은 최고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표를 가장 많이 얻은 이들이 당선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에 공유하는 등 여성들은 이번 선거에 그야말로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운동가인 타마도르 알 야미는 투표 후 다음과 같은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 방금 투표했어요. 여성 후보들이 잘돼서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느 사우디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알 야미 역시 이번을 계기로 사우디 여성들이 처한 환경이 개선되기를 고대하며 이번 선거를 희망에 찬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 –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원한다.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촉발한 10월 26일 캠페인 [12] 본부는 이번 선거를 여성의 운전 금지 철폐를 촉구하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

“여성 당선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며, 이번을 계기로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관행을 철폐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압둘라 알 알라미는 사우디 여성들이 자유를 좀 더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썼다.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여성의 법적 지위를 바꾸고 여성 의원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그다음 단계는 여성들에게 이동하고 여행하고 병원을 방문하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힌드 알 자헤드는 사우디 여성들에게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 여성들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 계속 여성들을 지지할 것입니다. 여성들과 남성들이 평등해져서 남녀 구별 없이 그중 더 나은 후보를 고를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말이죠.

알바라 알 아우할리는 트윗 2개를 통해 보수적인 사우디에서 마침내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가운데 나라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묘사한다.

오늘 지방선거에 참여하려고 많은 여성들이 집을 나서는 모습은 그리 이상할 게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는데 말이죠.

2005년 선거: 여성의 투표는 금지되었고 이때만 해도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입조차 벙긋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선거: 여성 투표 허용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다수에 의해 거부되었습니다.
2015년 선거: 이제 여성의 투표는 정상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가 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사우디 여성 30명이 정부를 위한 자문 기구인 의원 수 150명 규모의 슈라 자문 의회에 임명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전제군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뗀 이러한 “걸음마”를 예찬하며 장차 사우디에서 더 많은 개혁이 일어날 것을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