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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뉴스 웹사이트가 러시아 법무부 장관과 맞붙어서 지고 있는가?

Categories: 동유럽/ 중앙유럽, 러시아, Censorship, 미디어/ 언론, 법, 시민 미디어, (러시아)루넷 에코, 글로벌 보이스 애드보커시
Image by Kevin Rothrock.

이미지 편집: Kevin Rothrock.

러시아에서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러시아 인터넷 언론이 누리는 언론 자유가 블라디미르 푸틴이 2012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러시아 정부가 인터넷을 탄압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심각하게 훼손된 사례를 보면 지난 10년간 이 이야기가 맞는 것처럼 보인다.

푸틴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규모가 작은 웹사이트는 차단하고, 규모가 있는 뉴스 매체에는 그동안 러시아 누리꾼이 즐겨 읽었던 뉴스 기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수위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1년 전에, 러시아 검열 기관은 정부를 반대하는 소규모 뉴스 웹사이트를 영구적으로 차단했다. 이런 웹사이트에 현재는 접속할 수 있지만, 이 웹사이트는 러시아에서는 기술적으로 차단돼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 정부는 2012년에 인터넷 블랙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동 포르노물과 불법 약물 및 자살과 관련한 정보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 인터넷 블랙리스트는 2012년부터 계속 커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소위 “동성애 선동”과 그밖에 디지털 저작권 침해 행위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다.

이는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데, 위와 같이 아주 민감한 콘텐츠는 현재 러시아에서 지난해 2월 발효된 법에 따라 “극단주의적” 콘텐츠로 규정되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은 이 법을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루고보이 법 [1]“이라고 부르는데, 이 법으로 러시아 당국이 어떤 콘텐츠를 보았을 때 루고보이 법이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극단주의적” 콘텐츠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하면, 아무리 정치 집회를 소개하는 아주 일반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러시아 법무부 장관은 아무런 사법적 감독 없이 해당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2014년 3월 13일, 러시아 법무부 장관은 소규모 반정부파 웹사이트 3 곳 (Grani.ru, Kasparov. ru, EJ.ru)과 반부패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운영하는 라이브저널 블로그 활동을 금지했고 [2], 아직도 러시아에서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러시아 법무부 장관 명령으로 지난 1월과 2월에 나발니가 운영하는 라이브저널 블로그로 접속할 수 없었지만, 나발니가 자가 호스트 도메인으로 블로그를 옮겨서, 러시아에서 나발니의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다. 

위에 나온 뉴스 웹사이트 3곳 중, Grani.ru가 가장 정부에 반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Grani.ru는 수많은 미러 사이트를 만들어 정부 검열을 피해가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해서 벌여왔다. 러시아 해적단이 이끄는 인터넷 자유실현 프로젝트로 운영 중인 Rublacklist.net [3]은 러시아 법무부 장관이 차단하도록 지시한 2,292건 [4] 중 40% 이상이 Grani.ru에 집중 [5]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웹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Grani.ru는 러시아 법무부 장관이 지금까지 가장 집중적으로 검열한 대상이다. 

Number of online interventions (blocking websites and unblocking websites) by the Russian Attorney General. Data according to Rublacklist.net. Graphic by Kevin Rothrock.

러시아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인터넷 개입 사례 숫자이다. Rublacklist.net가 제공한 정보를 사용했다. 그래픽 디자인: Kevin Rothrock. (위에서 아래로: 기타, 나발니, ua 웹사이트, 유튜브, 라이브저널, EJ.ru, Grani.ru, Kasparov.ru)

Speaking [6] to the Russian-language service of France Médias Monde 러시아판과 한 인터뷰에서 Grani.ru 총책임자인 율리아 베레조브스카야는 최근 러시아 언론 매체 감시 기관인 러시아 통신·정보기술·언론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가 Grani.ru 웹사이트가 지난 열일곱 달 동안 막혀있었음에도, Grani.ru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콘텐츠 때문에 경고장을 발송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언론 감독청이 보낸 경고장은 러시아 법무부 장관이 Grani.ru를 금지한다는 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언론 감독청은 러시아 법을 어긴 기사를 식별하여 특정 콘텐츠를 대상으로 경고장을 보낸다. 하지만 지난 2014년 3월, 언론 감독청이 Grani.ru를 포함한 다른 웹사이트를 금지했을 때는 어떤 콘텐츠가 러시아 법에 저촉되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베레조브스카야는 밝혔다. “러시아 검찰이 Grani.ru에 게재된 “전체적인 콘텐츠”가 허가받지 않은 시위가 일으키는 걸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이상, Grani.ru는 러시아에서 무기한 접속이 금지될 것입니다.” 베레조브스카야는 말했다. Grani.ru는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법적인 수단을 썼고, 지금 이 사안은 유럽 인권법원에 넘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에서 베레조브스카야는 왜 러시아 동료 기자가 Grani.ru가 정부 검열에 저항하는 것처럼 완강하게 저항하지 않는지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Grani.ru 같은 소규모 웹사이트만 탄압받는 게 아니라, 이 사태가 계속 이어져 러시아 인터넷 전체를 강타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몇몇 대형 뉴스 매체는 Grani.ru와 같이 정부가 금지한 매체가 출판한 모든 기사를 자사 문서고에서 없애고 있다고 베레조브스카야는 밝혔다.

Grani.ru에게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Grani.ru 임직원은 사무실을 국외로 이전해야 했고(베레조브스카야는 파리에서 일한다), 러시아에는 특파원만 상주하고 있다. Grani.ru가 벌어들이는 소득도 점점 줄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금지하기 전에 Grani.ru는 기록적인 전송량을 경험했다. 매일 15만 명이 Grani.ru에서 기사를 읽었다. 러시아에서 금지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매일 4만 명만이 Grani.ru를 방문하고, 광고회사 대부분은 Grani.ru와 거래를 끊었다.

(온라인 지급 회사가 Grani.ru와 거래를 끊었기 때문에, 받기도 힘든) 독자 기부금을 제외하고 나면, Grani.ru는 “바람직하지 않은 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제정된 법에 따라 최근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7] 미국의 국립민주주의기금이 제공하는 보조금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현재 국립민주주의기금은 러시아 정부 블랙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렸고, Grani.ru가 파견한 러시아 주재 특파원도 국립민주주의기금이 정적으로 지원한 일을 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