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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크라이나군 코스프레가 일본에서 인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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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rainian military insignia, a flack jacket, and a airsoft rifle, accompanied by an anime drawing—a Japanese otaku's arsenal. Image from http://kumanori0108.militaryblog.jp/.

우크라이나군 휘장, 방탄복, 에어소프트 라이플, 애니메이션 그림카드는 일본 마니아의 필수품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kumanori0108.militaryblog.jp/.

일본과 우크라이나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일본 에어소프트 게임 참가자는 지금 우크라이나군에 빠져있다. 하도 빠져있는 나머지 이제 우크라이나군 복장을 갖추고 우크라이나 동부가 배경인 대(對) 테러 작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참가자가 플라스틱 탄환으로 상대방을 맞춰서 반대편을 제거하는 모의 군사 게임인 에어소프트 [1]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이 게임은 현 군사적 상황이나 역사적인 상황에 맞춰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서 진행한다. 특성 시나리오에서 참가자는 “전투 상황”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 전술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고, 게임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현대 군사 조직이나 경찰 조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전술 장비와 부대 용품처럼 똑같이 만들어내고자 시도한다. 스트라이크볼 [2]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자체 안전 규정도 있고, 안전한 게임 장소와 세부적인 게임 시나리오, 법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을 지는 발기인도 있다.

애당초 서바이벌 게임을 만든 일본 에어소프트 게임 참가자가 더 톡창적인 게임 시나리오를 만든 점은 별로 놀랍지 않다. 하지만 누가 이 사람들이 열렬한 우크라이나군의 팬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리라 생각했겠는가? rastamandita [3] 우크라이나 라이브저널 블로거는 최근 일본 에어소프트 게임 블로그에서 몇몇 사진을 발견했다 [4]. 사진에는 게임 참가자 다수가 공들여 만든 우크라이나 군복을 입고 손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소총을 복제한 에어소프트 소총을 들고 있었으며, 군복에는 우크라이나군 휘장이 박혀 있었다.

A Japanese airsoft/strikeball player dressed in meticulously recreated Ukrainian military costume. Image from http://kumanori0108.militaryblog.jp/.

정교하게 만든 우크라이나군 복장을 한 일본 에어소프트/스트라이크볼 게임 참가자. 이미지 출처: http://kumanori0108.militaryblog.jp/.

В Японии, оказывается! целый культ нашей войны, там внимательно следят за ходом, покупают (в совместных закупках) униформу, шевроны, очки, обувь и проч. и устраивают костюмированные игры, где тщательно подбирают все детали. Фотки с их игр перемежаются оригинальными фотками Минобороны Украины, описаниями оружия, особенностей униформы и проч.

일본에서는 우리가 치르는 전쟁을 숭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인은 현재 전쟁 상황을 신중히 관찰하고 있으며, 단체로 군복, 계급장, 군용 안경, 군용 부츠 등을 구매하여 우크라이나군 의상을 모두 갖춘 채로 게임에 참가한다. 일본인은 게임에서 세부내용 하나하나를 다 구현했다. 게임에서 찍은 사진에서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방부에서 사용하는 마크와 세부적으로 모사된 우크라이나군 화기, 작은 부분도 빠뜨리지 않은 우크라이나군 군복 등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rastamandita가 발견한 블로그 “Українаに魅せられて。 [5]” (“우크라이나에 빠졌다.”)에는 우크라이나군으로 코스프레 한 일본 에어소프트 게임 참가자와 자원봉사자 사진과 실제 우크라이나군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블로그에 올린 한 게시물에는 미국-우크라이나 합동군사연습 ‘래피드 트라이던트'에 참가한 우크라이나군 사진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다른 글에는 우크라이나 군복을 자세하게 연구한 내용과 여러 우크라이나 육군 사단과 자원병대대에서 쓰는 휘장,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민병대의 로고와 장비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특정 에어소프트 게임을 우크라이나 방위군에게 바친다는 점을 시사했으며, 다른 게시물에는 게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군의 여러 부대 인원으로 복장을 갖춰 입은 사진이 올라왔다. 또한, 이 블로그는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한 게임 다수에서 참가자들이 논란이 많은 아조프 대대에 경의를 표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블로그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對) 테러 작전에 참여하는 또 다른 우익 단체인 ‘라이트 섹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궁극적으로 게임 참가자는 “대항군” 간 에어소프트/스트라이크볼 게임을 할 때 의상과 장비 세부내용을 거의 진짜 같도록 재창조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빠지다.” 블로거와 에어소프트 게임의 한 열성 팬이 우크라이나군이 하는 식으로 전투 장비를 모두 입었다. 이미지 출처: http://kumanori0108.militaryblog.jp/.

“우크라이나에 빠졌다.”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한 저자는 자신을 “우크라이나군 장비에 관심이 많은 중년 남자”라고 소개했고, 이 남성이 게재한 관심사에는 우크라이나군 낙하산 보병 대대, 우크라이나군 특수 부대, 우크라이나 내무군, 러시아 낙하산 보병, 러시아 내전에서 활동했던 적군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남성은 일본 “오타쿠” 문화를 대표하는 한 사례이다. 이 오타쿠 문화는 특정 관심사나 문화적 현상의 복잡다단한 세부 내용을 전부 꿰뚫고 있는 사람들을 한데 뭉치게 하는 문화로 이번 사례에서는 그 관심사가 우크라이나군 장비와 “군사 문화”인 셈이다.

한 블로거는 자신은 순수한 문화적 관심사밖에 없으며, 동부 우크라이나 갈등을 둘러싼 정치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当方政治思想等とは全く関係なく軍装をやっていますので、ウクライナ、親露派どちらが悪いだとか、その手の話題には全く触れるつもりはありません

내 블로그는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직 군사 장비만 다룰 뿐이다. 나는 우크라이나 쪽이나 친(親) 러시아계 주민이 옳은지 나쁜지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와) 일본에 퍼져 있는 오타쿠는 공상과학에서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아우르는 온갖 것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최근 사태에도 오타쿠가 관심 가지게 됐다는 말은 지도상에서는 저 멀리 떨어진 국가라 할지라도 그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더 나아가 한데 참여하게 만드는 전 세계적 통신과 정보 흐름, 이와 합쳐진 인터넷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글로벌 보이스 일본판 편집인 Nevin Thompson [6]이 이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