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기른 러시아의 부패

The mustachioed Richard Mille RM 52-01. Image edited by Kevin Rothrock.

콧수염이 붙은 리샤르 밀 RM 52-01. 이미지 편집: Kevin Rothrock.

콧수염으로 유명한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지금까지 5년간 교제해왔던 타치아나 나브카와 결혼했다. 푸틴 대통령과 연인 사이라는 소문이 있는 알리나 카바예바와 비슷하게, 타치아나 나브카는 전(前) 올림픽 챔피언이다. 페스코프는 타치아나 나브카를 세 번째 아내로 맞이했고, 페스코프 부부는 이미 아기가 있다. 아기는 1년 전에 태어났다.

8월 1일, 토요일이었던 어제 결혼식이 열렸고, 결혼식은 소치에서 가장 비싼 호텔에서 호화롭게 치러졌다. (우연히도 친(親) 정부 간행물인) 러시아 온라인뉴스 Gazeta,ru에 따르면, 페스코프 부부가 묵었던 로디나 그랜드 호텔 방과 온천 이용 비용이 하룻밤에 3만6천 루블에서 20만 루블(약 67만 원에서 380만 원)정도 든다고 밝혔다.

어제 Gateza.ru에서는 17살 된 페스코프의 딸인 엘리자베타와 인터뷰한, 다소 논란이 있는 내용을 실었는데, 엘리자베타는 아버지가 새장가를 들었다는 점에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고, 자신이 왜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하는지 밝혔다. 인터뷰에서 엘리자베타는 아버지는 자신이 러시아에 남아서 공부를 마무리 짓기 원하지만, 자신은 엄마가 사는 파리가 아버지가 있는 모스크바보다 더 집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은 유럽에서 살기가 훨씬 좋습니다.” 엘리자베타는 말했다. “그리고 저는 제 또래 유럽인의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이 정말 맘에 들어요. 저는 유럽이 더 집 같습니다.”

현 정치적 상황에서 페스코프 같은 고위 정부 인사가 이런 고백을 듣는 것은 특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같이 러시아가 계속해서 서구가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서방 국가가 실시한 경제제재가 부당하다고 계속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결혼식 하루 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반부패 활동가인 알렉세이 나바르니도 페스코프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나바르니는 개인 웹사이트에 페스코프가 최소 62만 달러(약 7억 원)가 넘는 손목시계를 결혼식 날에 차고 있었다는 증거를 공개했다. 그 시계는 바로 리샤르 밀 RM 52-01이었고, 페스코프가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키스할 그 순간에 손목에 이 시계를 차고 있었던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시계는 페스코프가 4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살 수 있는 시계이다. 페스코프가 제출한 소득 및 재산 신고서에 보면, 페스코프는 이런 비싼 선물을 받은 적이 없고, 페스코프가 받는 월급으로는 이 정도 물건을 살 수 없다.

사진 출처: Navalny.com.

나바르니는 러시아가 지금보다 더 청렴한 국가였다면 이번 사진으로 페스코프의 정치적 인생은 끝장났을 거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폴란드에서는 2013년 11월 교통부 장관이었던 슬라보미르 노박은 신고하지 않은 3,500달러 상당의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이유로 교통부 장관에서 물러나야 했다. 페스코프가 차고 있었던 시계는 노박이 차고 있었던 것보다 112배나 비싸다.

2012년 5월,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시위가 약간 폭력적으로 변한 이후, 페스코프는 “전투 경찰에 상해를 입히는 시위자는 그 간을 파내다가 아스팔트에 대고 문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르니는 부패에 저항하는 러시아 국민은 페스코프가 남긴 협박과 페스코프가 누구에게 이렇게 협박한 것인지 꼭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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